[강민정의 人크레더블] 이혜훈 한국여성의정 대표 "남녀동수, 여성 권익 아닌 민주주의 기본 가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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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총선, 남녀동수 국회의원 실현... 선거법·헌법 개정 이뤄져야"
21대 국회 여성의원 57명, 19%에 불과..민주주의 대의제 어긋나
"남녀동수 실현은 단순히 여성의 권익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구현해 내는 중요한 일입니다. 남녀가 동등하게 대표돼야만 민주주의의 본질인 그 가치가 지켜집니다."
이혜훈 한국여성의정 신임대표는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녀동등을 실현할 방법은 정당성 있는 평등한 대의제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남녀동수 국회를 만들기 위해 각 정당의 비민주적인 공천방식을 바꿔 여성의 정치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의장 산하 사단법인인 한국여성의정은 모든 영역에 성별균형 원칙 도입을 촉구하는 '남녀동수의 날(5월 25일)'을 선포했다. 매년 5월 23일부터 5월 27일까지는 '남녀동수주간'으로 정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대표돼야 민주주의의 본질과 가치가 지켜진다는 취지다.
전국 여성단체들은 '남녀동등참여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촉구 여성공동행동(공동행동)'을 결성하고, '남녀동등한 참여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방향'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특정성이 100분의 60을 초과 금지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통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지역정치를 활성화하고 거대 양당정치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는 지역정당제의 도입 △여성후보추천보조금의 증액과 기준 개선의 제안 △여성정치발전비를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사용 내용 명문화 등이다.
현재 21대 여성 국회의원은 57명으로 1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121위로 저조하다.
현재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및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 각각 전국지역구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게 돼 있으나 강제조항이 아닌 권고조항에 불과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선출직 선거 후보자의 성비를 ‘남녀 동수’로 의무화하는 '남녀동수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 나아가 헌법 개정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에 남녀동수 의제를 꺼내는 것은 적잖이 조심스럽다. 최근 들어 이대남, 이대녀(2030대 남성·여성) 등 젠더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화된 상태다.
이 대표는 "젠더 문제는 성별 간 갈등을 부추겨 제 살 파먹기를 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제로섬 게임에서 성 대결을 펼치는 것처럼 어느 한 쪽이 내놓고, 양보하고, 피해를 입어야 다른 한 쪽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일부에게 생긴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남녀동수는 단순히 여성 권익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이 (권리를) 조금 더 얻겠다거나 (특혜를) 조금 더 받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평등한 대의제가 구성되지 않고 한쪽은 과잉대표, 또 다른 한쪽은 과소대표 됐다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치는 데에 힘을 합하자는 것이다"고 바로잡았다.
이어 "남녀동수를 하자는 것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남성동수가 되지 않는 것이 차별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대의제에서는 20%도 안 되는 것이 차별이다"며 대의제가 '국민을 대표하는 제도'인 만큼 실제 의회 구성에도 이 비율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 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남녀동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동수 민주주의는 단순히 여성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문제다"며 "현재 잘못 형성돼 가는 시각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치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남녀동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동수 민주주의는 단순히 여성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문제다"며 '남녀동수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헌법 개정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남녀동수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끊임 없이 개별법으로 개정하는 것은 속칭 '가성비가 좋지 않아서' 힘들다"며 "태생적으로 구조적 차이를 안고 태어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 차이에서 오는 부조리를 개선하려는 조항을 포함한 '1조3항 헌법 개정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는 남녀동수 헌법 개정을 한 뒤 남녀동수 감시소를 설치했다. 모든 영역에서 실제 남녀동수가 실현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남녀동수가 되지 않는다면 구조적 걸림돌이 무엇인지 분석과 연구를 통해 파악한 뒤 개선하는 정책을 내놨다"며 "1990년대 출생율이 최악이었던 프랑스는 지금 출생율이 많이 상승했다. 전 세계에서 적극적 저출생 대책을 펴 출생율 저하를 극복한 것은 프랑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현재 출생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 대한 대책으로 몇 백 조원을 쓴다고 하지만, 지원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남녀의 가사노동·육아 공동참여가 되지 않는다면 저출생 대책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프랑스와 일본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녀동수(사회)로 가고 있다. 이 두 나라보다 심각한 저출생 위기를 겪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새겨 볼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녀동수가 실현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그는 "공정한 세상이 된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구조적 차이는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것도, 개인의 책임도 아니다. (남녀동수 사회가 된다면) 개인의 책임도 아니고 극복할 수도 없는 차이 때문에 받던 차별과 불이익을 없앨 수 있는 거잖나"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어떻게 보면 금방 성과가 손에 만져지지 않지만, 그 성과가 언젠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간다면 성과가 온다. 서프러제트(20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진 여성 참정권 운동)도 그랬다"며 "당장 오늘은 안 되고 내일은 된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인디언 기우제다.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고 남녀동수 운동을 지속적으로 개진해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
출처 : 신아일보(http://ww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