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진영 정치, 조율과 대화의 여성 정치 확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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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우
젠더(gender·性)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이대남(20대 남성)의 정치 참여도가 높아졌고, 여성가족부 폐지가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나왔으며 젠더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탓일까. 2023년 정치권에서는 중진급의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박영선, 심상정, 나경원 등 다선(多選) 출신의 여성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활발히 활동하던 수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與野) 당내 일각에서는 여성 전략공천과 여성 가산점, 비례대표 교호제(홀수 순번에 여성을 배치하는 제도)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여성 정치인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3선 의원 출신인 이혜훈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여성 정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여성의 책임도, 남성의 책임도 있다”며 “현재의 양극단으로 치닫는 진영 정치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정치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정은 여야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 전체가 소속된 기관으로 2013년 국회의장 산하 법인으로 출범했다. 여성 국회의원의 의정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성 정치인의 역량 강화, 예비 정치인 발굴·육성, 여성의 정치환경과 법·제도 개선, 여성 정치사 편찬, 여성 정책 조사·연구를 통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공동대표는 이혜훈·박영선·심상정·진선미·김정재 5명이며, 이 대표는 지난 5월 임기 3년의 상임대표에 취임했다. 한국여성의정이 위치한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여성 정치인은 ‘참회록’부터 써야”
한국여성의정이 지난 5월 2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남녀동수의 날' 선포식. 사진=한국여성의정
― ‘여성 정치’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여성 정치인이 하는 활동을 일컫는 것인데, 여성 정치에는 특질(特質·특별한 기질이나 성질)이 있어요. 대체로 조직에 매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조율과 대화를 중시합니다.”
― 정치에 굳이 남녀를 나눠야 할까요.
“저희 여성의정이 추구하는 바는 ‘남녀 동수(同數) 민주주의’입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국회의원 수는 20%가 안 됩니다. 과소(寡少)대표 현상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여성뿐만이 아니라 청년, 특정연령층, 특정지역 등 과소대표되는 계층이 의사 결정에 적절히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거죠. 여성 비율이 부족하니 여성 몫을 더 내놓아라, 이런 얘기가 아니에요.”
― 사실 여성은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50% 할당 등 상당한 정치적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여성 정치가 크게 발전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데요.
“웬만큼 해주지 않았느냐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랬는데도 발전하지 못한 건 여성 정치인들의 책임 아니냐는 시선도 있죠. 여성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여성 정치인 스스로의 문제, 두 번째는 남성 위주의 정치 문화입니다. 먼저 여성 정치인은 ‘참회록’부터 써야 할 겁니다. 기회의 문을 열어줬을 때 들어갔던 여성 정치인들이 과연 여성 정치를 위해 노력하고 활약을 했느냐? 아쉬움이 있지요. 주어진 기회를 본인의 개인 차원 기회로 활용하고 거기서 끝내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기회를 계속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어요. 또 여성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치를 제대로 국민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남성 정치에 매몰돼 심한 말로 하수인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국민이 여성 정치의 좋은 사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여성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죠.”
“여성 정치, ‘패거리 정신’ 없어”
― 사례를 들 수 있을까요.
“실명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요, 주로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조직에서 스스로 나서서 ‘돌격대’라고나 할까, 그렇게 사용되는 경우가 지금도 있지요. 남성들이 원하는 전투적인 여성 정치인도 있지 않습니까.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그런 분들은 소수(少數)이고 그런 분들이 여성 정치인을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이용당한’ 여성 정치인들이 적지 않네요.
“무늬만 갖추는 식으로 여성 정치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요. 정당 지도부에 여성을 꼭 포함시키긴 하는데, 사실 지도부의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인물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 여성 정치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입니까.
“조율과 대화를 중시하고 줄 서기를 중시하지 않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엔 이 같은 덕목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여성 정치인이 많아지면 정치 분위기도 바뀐다는 얘기죠.
“맞습니다. 특히 지금 같은 심각하게 양극화된 진영 정치를 해결하는 데 여성 정치는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봐요.”
― 여성 정치라고 하면 단점도 장점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단점이 많이 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여성 정치인의 특징이라면 조직에 약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 이런 비판을 많이 받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여성 정치가 확대되는 데 걸림돌이 돼왔죠. 지금까지의 선거는 대체로 조직 선거였거든요. 조직 위주라는 건 여성들에게는 최대의 약점입니다. 이른바 ‘패거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죠.”
한국여성의정, 여성정치학교 운영
― 대한민국에선 여성 대통령도, 여성 총리도 나왔는데 여성 정치는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을 여성 대통령으로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鄕愁)가 반영된 정치인이지 여성이라서 선거에 메리트를 받았다든가, 여성 권익을 위해 노력한 바는 없다고 봅니다. 본인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의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 지금은 영향력 있는 중진급 여성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죠. 눈에 띄는 신인 여성 정치인도 드물고요.
“사실 여성이 신인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게 쉽진 않아요. 현실적으로 여성은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갖고 있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은 아무래도 정치적 역량과 정보가 충분할 수가 없고,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직장과 함께 육아 및 가정사를 사실상 책임지느라 다른 역량을 키울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생활 속에서 정치를 꾸준히 접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적어요. 이러니 훌륭한 신인 여성 정치인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겠어요? 이런 현상을 하나씩 극복해나가는 것과 함께 역량 있는 여성을 키워내는 것도 기성 정치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여성의정은 전국에서 여성정치학교를 운영하면서 여성들의 정치 역량을 키우고 이들을 내세우고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여성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제헌국회가 출범할 때는 여성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첫 여성 국회의원은 1949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임영신(조선여자국민당. 초대 상공부 장관)이었다. 이후 15대 국회까지 여성 비율은 3% 이하였다. 16대 국회에서 여성 비율은 5.5%로 소폭 올랐고, 17대 국회에서는 11.5%(43명)로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양대 정당이 비례대표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한 결과였다. 당시 여성 비례대표는 33명, 지역구 의원은 10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도 이때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돼 초선 의원이 됐다.
“여성, 지역구 공천받기 쉽지 않아”
한국여성의정은 국민 구성원이 성별, 연령, 지역 등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대표돼야 한다는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성의정
― 여성 정치인이 약진한 시기는 2004년 총선, 17대 국회였죠.
“사실 비례대표 50% 여성 룰은 법제화된 게 아니었는데 언론에서 마치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기 시작하니 양대 정당이 함께 비례대표 여성 50% 교호제(홀수와 짝수에 남녀를 교차 배치)를 전격 실시했어요. 당시만 해도 주요 언론이 여론을 선도하는 기능이 있었고, 언론이 여성 정치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여성 할당을 하지 않는 정당은 후진 정당인 것처럼 분위기를 이끌어나갔기 때문에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었죠. 그때 여성 의원들은 분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었어요.”
― 17대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크게 늘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는 정체기(停滯期)였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교호순번제로 여성 신인이 진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여성 정치인 양성의 물꼬는 텄습니다. 그런데 정당 정치는 중진 정치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중진 정치인의 힘은 어디서 옵니까. 지역구에서 다선을 하는 데서 힘이 생기는 건데, 여성이 지역구 공천을 받는 게 쉽지 않아요. 조직도, 줄도 부족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신도 공천받기 힘든 상황에서 여성 정치를 이끌고 확대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요즘은 정당에서 신인이나 역량 있는 분들을 키워주는 분위기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지만요, 일단 인물의 역량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마중물을 줬을 때 물을 뿜어 올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지 끊임없이 물을 부어주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마중물을 부어줘도 스스로 물을 뿜어내지 못하는 인물을 비례대표로 공천하면 뭐 합니까.”
“정당은 다양성과 생동감 있어야”
한국여성의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남녀동수 민주주의와 여성 공천 관련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각 당이 공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국민의힘의 잇단 ‘공천 무리수’를 우려했다. 보수 정당이 15대 총선 당시(신한국당) 혁신적인 공천을 한 후 혁신 공천의 맥을 이어오다 19~21대 총선에서 최악의 공천으로 인해 패배했고, 이전 공천 행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승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공천을 했죠.
“지금 보수 정치권의 내로라하는 중진 대부분이 그때 당선됐어요. 김무성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이 있었고요. 17대는 여성 비례대표 50%라는 혁신 공천을 해 여성 정치인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15~17대 공천에 이어 여성 공천에 한 획을 그은 선거로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꼽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라 새누리당 입장에선 너무나 어려운 선거였어요. 하지만 새누리당은 굉장히 전향적(前向的)인 공천을 했고 결과도 좋았어요. 여성 정치라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보수 정당에 유리한 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구청장 후보로 모두 여성을 공천했거든요.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어요. 사회적 약자(弱者)를 전략공천으로 우세 지역에 내보내는 건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아주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이 전략은 여성 정치를 확대시킬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어요.”
― 공천 행태는 왜 더 나빠질까요.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공천관리위원장이든 내 손 안의 공깃돌처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안 되죠. 그런 일이 잇달아 벌어지다 보니 당이 쇠락하지 않았습니까. 일사불란한 군대 같은 조직이 정당에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2000년대만 해도 이렇지 않았어요. 정당은 다양성과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2004년 총선 전 한나라당이 어땠나요. 차떼기 이미지로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완전히 외면당하고 천막당사 생활을 하기도 했죠. 그때 새정치수요모임이라는 소장파 모임이 있었고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건강한 비판으로 당에 활력을 불어넣었어요. 결국 차떼기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정당에는 주류와 이질적인 집단이 존재해야 합니다. 물론 파괴적인 이질 집단이 아닌, 건강한 이질 집단 말이죠. 당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국민의 관심을 끌 수도 있는 그런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보수 정당에 그런 세력이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줄 서기라는 후진적 정치 행태”
― 정치를 오래 했고 여러 차례 공천을 겪고 지켜봤는데요.
“언젠가부터 비례대표 명단이 나오면 국민들이 아는 사람이 없어요. 국회의원들도 그들이 누군지 몰라서 검색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검색해도 안 나오는 분도 많은데 이래서야 민심을 반영하는 공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내가 아는 사람, 나에게 순종할 사람 위주로 공천한다는 겁니다.”
― 과거 공천은 좀 달랐다고요?
“2000년대 공천에 관여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래요. 일단 국내 인명사전을 갖고 와서 괜찮은 사람들을 다 같이 보는 겁니다. 각 분야 주요 인물들 1만 명 정도가 실려 있는 그런 사전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그중 보수 정당과 성향이 맞는 사람을 추려내고, 정치를 할 만한 분들을 꼽는다고 합니다. 그 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 모셔오는 거죠.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라든가 추천이라는 건 초기 단계에는 아예 없는 거예요.”
― 지금의 인재 영입과 공천 양상은 그렇지 않다고 봐야겠지요.
“당 지도부와 공관위원들이 아는 사람 위주로 둘러보게 됐죠. 그러니 인재풀이 얼마나 좁아요. 또 기본적으로 그런 시작을 하게 되면 당에 필요한 건강한 이질 집단은 아예 나올 수가 없는 겁니다. 사실상 아는 사람도 아닌 자신에게 줄 대는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맞을 거예요. 줄을 대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죠.”
― 해결 방안이 있나요.
“이런 문제에 답이 하나일 수는 없죠. 여성 정치 확대도 그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인재를 좀 더 넓게 구했으면…
여성 중진 정치인 중 한명인 이혜훈 전 의원은 3선이었던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 최초로 정보위원장에 선출됐다. 사진=뉴시스
”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일했던 이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경제 전문가로 영입돼 정치에 입문했다.
― 지금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전(前) 정권이 과도하게 경제를 완전히 망가뜨렸기 때문에 지금 정부는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도 빛을 볼 수 없게 됐어요. 돈은 있는 대로 다 풀어놓고, 부동산은 엉망으로 만들어놨죠.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간이 한참 걸릴 거예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고 극복해야 하는데 사실상 (전 정권의) 쓰레기를 다 넘겨받은 상황이에요.”
― 전 정권에도 경제 전문가가 많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솔직히 차기 정권은 뺏길 거라고 생각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빠져나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 정부가 하는 일이 빛이 나지는 못하겠지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지금의 길을 계속 가야 합니다.”
―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 이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MB(이명박 전 대통령)맨들이 귀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 친이계로 불렸는데, 이들이 컴백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인물과 역량으로야 충분한 분들이라 더 할 말이 없지요. 다만 인재를 좀 더 폭넓게 구했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아는 사람, 검증된 사람도 좋지만 정말 인명사전이라도 갖다 놓고 객관적으로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요.”
“유리한 지역에 신인, 박빙 지역에 중진 배치해야”
― 서울에서 3선(選)을 했는데요, 이번 총선 수도권 판세는 어떻게 봅니까.
“2008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서울에서만 40석을 차지했어요. 그때가 이례적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전후로도 보수 정당이 늘 서울에서 15석 이상은 얻었습니다. 노무현 탄핵 사태로 당이 위험할 때도 서울에서 16석으로 방어했어요. 15석이 무너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2019년 비대위 체제에서 서울 지역을 완전히 물갈이를, 그것도 경력도 없고 특정 인물이 추천한 인물들로 물갈이를 한 거예요. 그 후에 또 정치를 모르는 당대표가 와서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서울이 8석으로 쪼그라든 것 아닙니까. 내년 총선에서 이보다 더 얻을 거라는 희망도 없어요.”
―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있나요.
“총선은 누가 어딜 차지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당이 승리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유리한 지역엔 참신한 신인을 배치하고 박빙인 지역엔 인물로 승부할 수 있는 중진급을 배치하는 게 의석수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인데, 유리한 지역은 힘 있는 중진들이 가져가고 신인은 어려운 지역에 내놓는 일이 계속 벌어졌어요. 신인이 어떻게 박빙이나 불리한 지역에 가서 이길 수가 있나요. 이른바 ‘안방’ 지역은 나이 든 사람들이 차지하고 신인은 어려운 지역에 보낸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번처럼 서울에서 딱 강남 3구만 얻는 지름길이죠. 당이 가진 카드도 다 못 쓸까 봐 걱정이에요. 이럴 때 인물이 ‘개인기’로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을 파악하고 배치한다면 훨씬 판세가 유리해질 겁니다.”
― 공관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죠.
“이번엔 제발 정치와 선거, 사람을 아는 공관위원장이 임명됐으면 합니다. 일단 총선에 이겨서 정부가 동력을 가져야 하잖아요. 공천을 제대로 해야 승리를 할 수 있는데, 참신함을 빌미로 공관위원장으로 새로운 인물이나 비정치인을 데려오는 건 선거가 망하는 지름길이에요.”
― 내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그냥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려 해요. 기회라는 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 불확실한 거니까요.”
저출산 문제의 해법
이 대표는 여성 정치가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 현상을 해결할 실마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저는 저출산 현상의 중요 원인은 여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동등한 삶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산을 안 하는 거예요. 여성의 권익과 경제력이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장이 되면 왜 출산을 안 하겠어요?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차별받고 불이익을 받는 걸 없애는 게 우선 아닙니까. 남녀동등한 대의제가 자리 잡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어요. 여성의 의견이 의사 결정 구조에 균형적으로 반영이 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올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가장 정말 절실한 문제 두 가지, 극단적인 진영 정치와 저출산 현상을 여성 정치로 해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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