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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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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평등’ 외면한 국회, 이제는 성평등 전담부처 강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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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총선 후 첫 평가간담회
당선인 300명 중 여성은 60명
여성 공천 미흡, 여성공약 실종

 

한국여성의정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2대 국회, 여성·성평등 입법과제’를 주제로 특별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하나 기자

 

제22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여성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선거 과정과 공약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성계는 이번 총선에서 “성평등 의제가 실종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거대 양당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지역구 30% 할당’을 지키지 않았고 여성정책 자리에 저출생 해법을 대치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는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와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입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의정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22대 국회, 여성‧성평등 입법과제’를 주제로 특별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총선 이후 여성단체 대표들이 처음으로 모여 각 정당의 22대 총선 여성‧성평등 공약을 평가하고 22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국장은 “이번 총선에서는 여성정책이나 성평등 정책이 저출생 관련 정책으로 대치되거나 보건복지, 안전 영역 공약으로 한정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46개 여성시민단체가 모인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가 각 정당이 발표한 10대 공약 중 여성·성평등 정책을 분석한 결과, 21대 총선 때보다 여성·성평등 정책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은 저출생 해결을 1, 2 순위 정책으로 내세우면서도 여성정책은 복지·가족·보육·일자리 하위 정책으로 축소했다.

 

민주당은 결혼·출산 지원금, 아이돌봄서비스 소득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유급 의무화, 육아기 유연근무 확대 등을 제시했다. 성평등 관점을 빠진 채 현금성 지원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제3지대에선 녹색정의당이 10대 공약에 성평등 정책을 포함했고 저출생, 돌봄, 노동과 소수자 인권에도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했다. 진보당도 주요 공약에 성평등 관점을 통합한 입법과 제도를 공약에 담았다.

 

이영숙 전국여성지방네트워크 성평등의회지원센터장은 “이번 총선은 심판론이 강하다보니 여성 의제가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평등을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며 여성 의원들 공약집 안에서도 여성이 실종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22대 국회에서 여성의원들이 성평등 의제나 이슈를 세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혔다.

 

단 1% 증가에 그친 여성 당선인 비율에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2대 총선에서 지역구·비례대표를 모두 합쳐 총 60명의 여성이 당선됐다. 지역구 당선인만 따져보면 전체 당선인(254명) 중 여성은 36명(14.17%)에 그친다. 4년 전 21대 총선 때 57명(19%)에 비하면 불과 1% 늘어난 수준이다.

 

임 국장은 “언론에서는 여성 당선인 비율 14.1%를 역대 최다라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3.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한국은 여성의 정치적인 지위가 낮고 아직도 인구의 절반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앞서 총 699명의 지역구 후보자 중 여성 후보자는 14.1%(99명)에 그쳤다. '공직선거법'(제47조 4항)은 지역구 후보 추천 시,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거대 양당은 지역구 여성공천 30% 권고 조항이 생긴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이라면서 객관적인 공천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에 들어있는 규칙과 원칙들이 얼마나 성평등하고 여성 대표성에 대한 고려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공천 과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최수산나 한국 YWCA연합회 시민운동국장도 “각 당에서 여성공천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성평등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오히려 우리나라의 성평등을 꼴찌로 견인하고 있는 있다. 앞으로 22대 국회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권고조항이 있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여성후보자 비율이 30%를 넘긴 당은 녹색정의당(48.4%)이 유일했다.

 

오유석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비상대책위원장은 “성평등뿐 아니라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 들어간 이들이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존재로서 여성의원이 되어주길 바랐다”면서 오 위원장은 “여성의제를 열심히 만들어 주길 기대하면서 여성 사회 운동도 함께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여성 장치 확대를 위해 정치적 목숨을 걸고 활동한 이가 누가 있나”고 반문했다.

 

“젠더 정치 실종은 여성의원이 젠더 정치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은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이번 총선 성평등 정책에서 여성을 출산의 대상으로 보게 된 것에는 21대 여성 국회의원의 책임도 있다”며 “여성의원들이 열심히 싸워야 바깥에 있는 시민사회가 같이 싸워줄 수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성평등 의회 되려면
여성가족부, 폐지 아닌 강화로
공직선거법 바꿔 대표성 늘리고
‘성평등 개헌’ 위해 머리 맞대야

 

이날 참석자들은 22대 국회가 입법해야 할 입법 과제로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국장은 “최근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한국 정부 대표단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철회할 생각이 있느냐’고 여러 차례 질의를 했다”며 “22대 국회는 여가부를 총괄적인 집행부처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유석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비상대책위원장도 “22대 국회에서는 거대 야당이 앞장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시민교육 강화에도 국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와 민주시민교육조례가 잇따라 폐지 추진되고 있다”며 “미래사회를 위해 기본이 되는 민주시민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주 소장은 △남녀 동수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여성친화도시, 성별영향평가 등 성주류화 도구 강화를 위한 입법을 제안하는 한편, 성평등 개헌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야 모두 개헌에 대해 언급하며 22대 국회에서 개헌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은주 소장은 “지난 2017년 헌법 개정 논의가 커지면서 여성계는 성평등 개헌을 위해 논의해왔고 이미 컨텐츠는 마련된 상황”이라며 “이제 성평등 개헌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짜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당시 헌법 개정에 성평등 조항을 신설하자는 움직임이 일자 기독교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성평등 개헌은 동성애·동성혼 개헌이라며 반대 시위까지 벌어졌다. 김은주 소장은 “여성계가 머리를 맞대고는 성평등 개헌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 전술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정림 제19대 국회의원,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이영숙 전국여성지방의원네크워크 성평등의회지원센터장, 이은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오유석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비상대책위원장,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국장, 최수산나 한국 YWCA연합회 시민운동국장, 홍미영 한국여성의정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하나 기자, 신다인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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